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Chapter 395



#395

즐거운 시간

온돌 난방이 후끈하게 돌아가는 사랑방 내부.

뜨거운 바닥, 비단 금침 위에서 나는 한서진의 여체를 쉴 새 없이 탐했다.

“흐윽······. 으윽······.”

한서진은 무표정하지만 잔뜩 붉어진 얼굴로, 신음을 최대한 참으면서 정장을 갖춰 입은 채로 조용히 내 욕망을 받아들였다.

높은 교성도 쾌락에 젖은 표정도 없었지만, 오히려 그편이 나를 더 흥분되게 했다.

그녀의 조용한 헐떡임이 귓가에 울렸다.

“흑······.”

한서진이 낮은 목소리로 흐느꼈다.

그녀는 다른 히로인들과는 다르게 제발 그만두라고 내게 애원하지 않았다.

내 이름을 부르지도 않았다.

그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로 쭉 뻗은 검정 스타킹 다리로 내 허리를 휘감으면서 계속해서 조용히 끊임없이 나를 받아들였다.

마치 그것이 당연한 의무인 것처럼.

“······아흑······. 흐윽······.”

그렇게 1회전, 2회전······.

계속해서 이어진 관계는 15회를 채운 뒤에야 끝이 났다.

드디어 내 욕구가 거의 충족된 것이다.

하긴 오늘 아침까지, 이틀 동안 유세라를 종일 침실에서 범하고, 아침 이후부터는 빌헬미나를 객실에서 탐했다.

그 상황에서 한서진과 15회를 했으니, 아무리 끝없는 정력이라도 바닥 정도는 드러낼 법했다.

실로 오랜만에 완전히 만족한 기분이 든다.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흐트러진 와이셔츠의 단추를 다시 채우는 한서진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

한서진의 몸이 흠칫하고 떨렸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단정하게 옷맵시를 가다듬어서 커리어 우먼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한서진.

하지만 올이 나간 검정 스타킹, 땀으로 엉겨 붙은 회색 단발 옆머리는 그대로였다.

그녀의 붉어진 얼굴이 시야에 보였다.

“······제 몸은 어떻습니까? 만족할 정도로 사용하셨습니까?”

내게 무릎베개해주던 한서진이 사무적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무슨 배달 앱 리뷰 권하는 사장 같은 말투가 과연 한서진다웠다.

그래, 이래야 한서진이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녀와의 관계는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소리 없이 조용히 헐떡이면서 땀을 흘리며 나를 받아내는 그녀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마음에 들었어.”

내 말을 들은 한서진의 얼굴이 더 빨개졌다.

그녀의 회색 눈동자가 미미하게 흔들렸다.

한서진이 내게 말했다.

“······제 볼품없는 몸이 김덕성 님의 욕구 해소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마음에 든다는 과분한 말씀 감사합니다.”

한서진이 사무적인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볼품없는 여체라니?

한서진의 몸은 다른 히로인들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다.

비록 정장을 완전히 입힌 채로, 스타킹만 찢고 해서 자세한 몸은 못 봤지만 타이트한 정장에서 드러나는 가슴과 허리, 골반 라인만 봐도 그녀의 몸매는 대단했다.

평소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한 게 틀림 없었다.

자격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혹시 부족하셨다면······. 제 몸을 조금 더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한서진이 내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조금 더 사용이라니.

“너 아까 밀린 업무 있다고 하지 않았냐?”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실제로도 나와 관련된 실무는 전부 한서진이 총괄하고 있다.

일단 나 자신도 아직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이 빌어먹을 라노벨 세상에서 내 위상은 구세주이자 살아있는 신에 가깝다.

당연하게도 내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실무 업무량은 웬만한 대기업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그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처리하는, 말하자면 내 비서실장이나 다름없는 한서진 역시 마찬가지로 초 단위로 스케줄을 쪼개서 쓰는 바쁜 커리어 우먼인 셈이다.

그렇기에 아까 나에게 밀린 업무가 많다고 한 거고.

그런 그녀를 계속해서 범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 가봐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이렇게 생각하자 한서진이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밀린 업무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무엇도 김덕성 님보다 우선될 수 없습니다. 제 우선순위는 언제나 김덕성 님입니다. 김덕성 님께서 제 몸을 사용해서 욕구를 해소하고 싶다면, 저는 언제 어디서건 김덕성 님한테 제 몸을 바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저한테 주어진 의무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한서진의 눈동자에는 광기가 깃들어 있었다.

땀으로 엉겨 붙은 회색 머리에 찢어진 검은 스타킹을 신고, 내 아래에서 헐떡이던 방금의 그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

갑자기 저런 광기에 가까운 당당한 모습을 보니 괜히 범해서 정복감을 느끼고 싶어졌다.

조용한 관계도 좋지만, 이제는 한서진의 신음도 듣고 싶어졌고.

이러면 좀 변태인가?

내가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중인 그때.

“······역시 아직 부족하신 모양이군요.”

한서진이 이렇게 말했다.

뭐야.

어떻게 알았지?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이쯤 되면 살짝 소름이 돋았다.

툭, 투둑.

한서진이 와이셔츠 단추를 풀었다.

새하얀 와이셔츠 사이로 누가 봐도 승부 속옷이라고 할 만한, 노출도가 높은 대담한 속옷이 보였다.

“뭐냐, 그 속옷?”

아까 옷을 입히고 해서 몰랐는데, 단정한 정장 아래에 저런 선정적인 속옷이라니.

사무적이고 딱딱한 한서진의 평소 이미지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과감한 디자인이었다.

“······김덕성 님께서 제 몸을 요구한다면 언제 어디서건 당신의 욕망을 받아내기 위해서 평소부터 해왔던 준비의 일부입니다.”

이게 준비의 일부?

슬슬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서진이 와이셔츠를 전부 벗은 뒤에, 나를 푹신한 비단 이불 위에 눕히고는, 그대로 위에 올라탔다.

“방금 김덕성 님께서 제게 베풀어주신 성은은······. 더없이 황홀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하렘 구성원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아직 조금 부족합니다.”

그게 부족하다고?

대체 한서진은 뭘 생각하고 있는 거지?

“그러니 제 몸을 통해서 마음껏······. 김덕성 님께서 여체에 능숙해질 때까지 잠자리를 연습하시길 바랍니다.”

한서진이 이렇게 속삭였다.

아 이제는 모르겠다.

아까만 해도 만족한 줄 알았는데, 저렇게 한서진이 도발 아닌 도발을 해오니 다시 욕망이 들끓었다.

나는 그대로 내 위에 올라탄 한서진을 덮쳐 안았다.

“흡······. 헉······.”

한서진의 조용한 헐떡임이 귓가에 울렸다.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그대로 계속해서 한서진을 집요하게 밤새도록 범하고 괴롭혔고.

“흑······. 하윽······. 하아아앙······♥”

다음 날 아침이 밝아올 때쯤, 마침내 그녀의 입에서 뜨거운 교성을 토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

그렇게 한국의 내 집에서 머무르면서 매일 낮과 밤을 번갈아가며 유세라와 한서진을 교대로 안는 나날이 일주일 정도 반복되었던 그때.

마침내 다음 히로인의 차례가 돌아왔다.

“하와와와와······. 김덕성 님! 오랜만인 것이와요!”

핑크색 풍성한 트윈테일이 인상적인 미소녀, 에반젤린 스튜어트.

“······그동안 잘 지냈느냐, 여의 반려여······.”

그리고 그녀 뒤에 숨어서 빼꼼 머리만 내밀고 있는 안대 미소녀, 베아트리체였다.

그녀들, 정확히는 에반젤린이 나를 불러낸 장소는 1학년 시절 수학여행 겸 온천여행을 왔던 벳푸의 료칸이었다.

“왜 하필 여기냐?”

수학여행 때와 달리 료칸 내부에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에반젤린이 료칸 전체를 전세 낸 모양.

하긴 영국 공주인 그녀에게 그 정도 돈은 껌값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질문에 온천 유카타를 입은 에반젤린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내 팔에 달라붙으며 말했다.

“하와와와와와······. 그건 김덕성 님이 소녀를 여자로 처음 봐준 장소가 이곳이기 때문인 것이와요.”

에반젤린에게는 제법 의미가 깊은 장소였던 모양이다.

하긴 경복궁, 민속촌 같은 장소를 안 고른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사실 그런 데를 빌리고자 하면 못 빌릴 것도 없었지만, 내가 쪽팔려서 안 된다.

“그래.”

“그럼 다 같이 온천욕부터 하는 것이와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에반젤린이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전형적인 아가씨 웃음을 흘렸다.

“계약자여······. 다, 다 같이라면 설마 여도 포함인 것이더냐?”

“하와와와와, 혹시 싫은 것이와요? 어제까지만 해도 베아트리체 양은 김덕성 님과 이렇고 저렇고 그런 짓을 할 수 있다며 설레지 않았······. 읍! 읍읍!”

“그, 그만! 그만 말하거라! 이 이상 홍련의 성녀인 여의 품위를 훼손하는 발언을 내뱉는다면 아무리 계약자라 하더라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야!”

에반젤린의 입을 베아트리체가 황급히 손으로 틀어막았다.

그녀가 빨개진 얼굴로 에반젤린에게 항의했다.

그 모습을 본 에반젤린이 웃으면서 손을 치우며 말했다.

“하와와와와. 그럼 베아트리체 양도 혼욕 준비하는 것이와요!”

“······하면 되지 않느냐······. 흥······. 홍련의 성녀인 여가 하등종인 너희를 어여삐 여겨 온천욕같은 하등하고 저급한 유희에 동참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각골난망하여 평생의 영광으로 삼도록 하여라.”

베아트리체가 중2병 멘트를 근엄한 목소리로 날렸다.

그렇게 대사해봤자 빨개진 얼굴이랑 부들부들 떨리는 팔다리는 감출 수 없다.

귀엽긴.

“좋사와요! 그럼 지금부터 온천욕 시작인 것이와요!”

그렇게 나와 베아트리체는 에반젤린에게 이끌려 온천으로 향했다.

뜨거운 김이 수면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온천.

나와 베아트리체, 에반젤린은 수건으로 몸을 가린 채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어흐으으윽······.”

이러니저러니 해도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니 저절로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기분 좋은 탄식을 내뱉으면서 온천에 몸을 전부 담궜다.

“하와와와와······.”

마찬가지로 에반젤린 역시 기분 좋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온천의 뜨거운 물에 젖어서 몸에 착 달라붙은 그녀의 수건이 시야에 들어왔다.

혼욕은 이전 수학여행 때도 한 적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내 욕망을 억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때와는 다르다.

참지 않아도 된다.

그 사실이 오히려 내 욕망을 더욱 부추기던 그때.

“후후. 그럼 소녀는 이만 먼저 나가보겠사와요.”

에반젤린이 온천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말에 얼굴을 턱까지 담그고 아이처럼 입으로 온천 물을 부글부글하고 있던 베아트리체가 황급히 일어섰다.

“자, 잠깐. 계약자여, 어딜 가는 것이더냐?”

“후후. 베아트리체 양. 김덕성 님. 즐거운 시간 되는 것이와요.”

베아트리체의 말을 무시하면서, 에반젤린이 호호 웃으며 탁하고 온천탕 문을 닫고 나갔다.

즐거운 시간이라.

이거 일부러 에반젤린이 비켜준 거 맞지?

내 시선이 베아트리체를 향했다.

올리비아의 백금발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샛노란 금발.

온천에서도 끼고 있는 안대와 빨간 눈동자.

그리고 다 젖어서 몸매가 드러나 보이는, 속옷으로서의 의미조차 없는 수건이 시야에 들어왔다.

대사가 중2병이라서 그렇지, 베아트리체 역시 몸매와 미모는 히로인답게 대단했다.

“여, 여의 반려여······. 설마 여기서······. 여를 난폭하게 짐승처럼 범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 그대는 하등한 인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홍련의 성녀인 여의 반려이니만큼 때와 장소를 가려서 여를 다정하게 안아줄 거라 생각······. 꺄악!”

이제 단둘이다.

더 이상 수학여행 때처럼 욕구를 억누를 필요가 없다.

나는 중2병 멘트를 내뱉는 베아트리체를 그대로 범했다.

뜨거운 온천 욕탕 안의 물이 밖으로 첨벙첨벙 파도치듯 흘러넘쳤다.

하얀 김 사이로, 온천수보다 더 뜨거운 베아트리체의 허접 교성이 터졌다.

“하, 하으으응. 자, 잠시만 그, 그만······. 그······. 그만하세요오······. 하윽······. 아, 아파요오오오······. 으흐으윽······. 흐윽······. 조, 조금만 진정하세요오오······. 흐윽?! 하응······. 하앙······♥ 아앙♥”

쪼르르르, 딱.

베아트리체의 허접 본성이 드러남과 동시에 욕탕에 설치된 시시오도시 소리가 귓가에 맑게 울렸다.

#396



Tip: You can use left, right, A and D keyboard keys to browse between chap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