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Sultan of the Ottoman Empire

Chapter 49




#49화. 이스마일과 왕자들(1)

유수프에게 이스마일이란?

‘과장 조금 더하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지.’

이스마일이 들었다면 뒷골을 잡을 소리지만, 유수프의 인생 계획에서 빠지면 안 될 존재가 이스마일이다.

애초에 이스마일이 없었다면 유수프가 되자마자 짐을 싸고 타국으로 도망쳤을 정도로 그는 이번 계승전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인물이다.

‘술탄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으니까.’

영토로 생각하면 전성기 시절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군사력으로 따지면 전성기와 유사한 수준이다.

술탄은 명령 하나로 10만이 넘는 병력을 반년 내로 집결시킬 수 있고, 기병과 화약으로 무장한 보병으로 이뤄진 대군은 어떤 나라와 전면전을 해도 지지 않을 정도였다.

군사력에 자부심이 있는 군부는 바예지드가 사파비의 도발에 소극적으로 나오자 불만을 품었다.

‘그럴 만도 하지. 마음만 먹으면 쓸어버릴 수 있을 녀석이 신경을 긁는데, 지배자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결국, 믿는 도끼였던 중앙군이 계승 막바지에 바예지드의 발등을 찍어버렸다.

아흐메드에게 술탄 자리를 주려던 바예지드를 무력으로 압박해서 셀림에게 직위를 물려주게 했으니까.

이런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던 게 샤쿨루의 반란이었다.

“샤쿨루라.”

샤쿨루와 바예지드의 다섯 번째 아들인 셰힌샤가 만났다는 편지를 흥미롭다는 듯이 보자, 솀시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어찌하여 그런 자에게 관심을 보이십니까?”

“그에게 사람을 보내는 건 여전히 인력 낭비라고 생각하나?”

“그렇습니다. 비록 그가 이스마일의 추종자라고 하더라도 왕자님께서 관심을 보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스마일은 왕이자, 키질바시들이 믿는 사파비야라는 교단의 후계자이기도 하다.

샤쿨루는 이 사파비야를 따르는 사람이며, 이스마일의 아버지인 하이다르의 부하인 하산의 아들이다.

지금 샤쿨루는 투르크멘에게 시아파를 포교하는 유명한 종교지도자였지만, 한정된 자원인 정보원을 붙일 정도의 가치가 있는 이는 아니었다.

“그건 지켜보면 알겠지.”

유수프는 의미심장하게 웃었고, 솀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끔 맥락 없는 지시를 내릴 때가 있는 유수프였으나, 결과적으론 옳은 결정일 때가 많았다.

일단 지켜보면 될 일이었다.

“당장은 샤쿨루보단 셰힌샤에게 붙는 투르크멘이 문제지. 안 그런가?”

“그렇습니다. 그들의 세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닙니다.”

유목민이 많은 투르크멘은 언제든 기마병으로 변할 수 있는 이들이다.

물론 크림 칸국이 셀림에게 지원해줄 수 있는 병력보다는 적겠지만, 어떤 변수를 일으킬지 모르는 숫자긴 했다.

“투르크멘이 셰힌샤의 손을 잡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파샤?”

“아무래도 파디샤께서 보이는 근래의 모습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들을 탄압하고 계시지요.”

원래 수니파인 오스만은 투르크멘이자, 시아파인 키질바시들에게 관용을 보여왔다.

하나, 이건 사파비가 탄생하기 전의 이야기이다.

이젠 공식적으로 키질바시들을 사파비와 불법 관계가 의심되는 이단 반란군으로 표현했고, 지난 수도행에서 유수프를 죽이려고 한 암살자가 이스마일을 찬양하며 자살했기에 더욱 큰 탄압을 받고 있다.

“아버지의 실책이라고 할 수 있지.”

모든 투르크멘이 이스마일을 따르는 건 아닌데, 싸잡아서 예비 반란군이라고 지목을 해버렸다.

덕분에 불만이 끓어오는 상황이고, 언제 진짜 반란군이 돼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도 솀시는 술탄을 옹호했다.

“그래도 그들은 의심받을 만하지 않았습니까?”

“이스마일을 동정하고 칭찬하는 이들이 많긴 했으니까.”

이스마일이 투르크멘의 혈통이 섞인 것도 있고, 어린 나이부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탓도 있다.

전쟁에서 패배한 아버지는 목이 잘렸고, 잘린 목은 타브리즈에서 이틀 동안 걸려 있다가 개밥으로 던져졌다.

아버지의 뒤를 이은 형, 알리는 백양 왕조의 내전을 돕다가 배신을 당했고, 압송되던 중 동생 이스마일과 간신히 탈출했다.

하지만 곧 추격군이 쫓아왔고, 알리는 7살에 불과하던 이스마일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시간을 끌다가 처형당했다.

그 후 5년간 숨어지내던 이스마일은 군대를 모았고, 백양 왕조에 복수하며 사파비라는 나라를 세웠다.

‘진짜 영화 같은 인생이긴 해. 장르는 거의 판타지 수준이고.’

아무튼, 가족을 전부 잃은 아이가 형의 유언처럼 가족의 복수를 하고 소년왕이 된 이야기는 많은 사람의 감정을 건드릴 만했다.

특히 같은 핏줄이라고 생각하는 투르크멘은 이스마일의 이야기에 깊은 호감을 표했고.

괜히 오스만에서 이스마일의 인기를 걱정하고, 이스마일을 따르는 지지자들이 반란을 일으킨 게 아니다.

“방법이 거칠었던 건 사실이지. 물론 지금 같은 흐름이 나에게 나쁠 건 없다. 내가 파디샤 자리에 오르려면 제국은 더 혼란스러워져야 하니까. 이게 잘못됐다고 생각하나?”

유수프는 평소에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생각을 솀시에게 직접 표현했다.

한층 솔직해진 유수프의 모습에 솀시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잘못됐습니다. 알라께서 기뻐하시지 않을 모습입니다.”

“어차피 형제끼리 죽이는 것도 싫어하실 테니 어쩔 수 없지.”

“나중에 꼭 속죄하도록 하시지요.”

“그래, 형님들 머리를 전부 땅속에 묻는 날에 속죄하도록 하마.”

솀시와 농담 같은 말을 주고받은 유수프는 이야기를 돌렸다.

“아무튼, 투르크멘이 왕자 중 한 명의 손을 들어준다면 셰힌샤가 가장 적합하긴 하지.”

이스마일의 군대를 물리치고 시아파의 원수로 떠오르는 유수프는 완전 논외였고, 술탄의 선택을 받아 자리를 물려받길 원하는 아흐메드도 투르크멘과 손잡을 리가 없다.

유수프를 제외하곤 가장 나이가 어린 마흐무드는 너무 지지기반이 약했고, 남은 건 셀림과 셰힌샤인데.

‘셀림은 이미 크림 칸국하고 깊은 관계에 있으니 돕고도 제 몫을 받긴 힘들지.’

코르쿠트? 아흐메드 밑으로 들어간 뒤부턴 제대로 계승권자 취급도 못 받고 있다.

현 상황만 놓고 봐도 셰힌샤와 투르크멘이 손을 잡은 건 이상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이스마일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어째서입니까?”

“셰힌샤가 투르크멘을 끌어들일 정도로 수완이 좋은 인간이었다면 지금처럼 존재감이 없진 않았을 테니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시한다고 생각할 순 있는데, 원 역사에서도 다른 왕자들이 살기 위해 발버둥이라도 칠 때 홀로 영지에 틀어박혀 있다가 의문사한 왕자다.

원 역사에서 행보로 그의 가치를 대충 알 수 있다.

“거기다가 얼마 전에 셰힌샤를 따르던 의사가 처형당하기도 했지. 아흐메드의 첩자 일부가 사라지기도 했고.”

“그런 정보가 들어오긴 했습니다만,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었죠.”

솜시는 크게 중요한 정보라고 여기지 않은 듯했으나, 유수프는 대충 예상이 갔다.

“아흐메드가 셰힌샤의 의사를 매수해서 아편을 과량 처방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편 말입니까?”

이 추측에 솜시는 흥미롭다는 듯이 수염을 쓸었다.

클로로포름이 처음 사용된 19세기 전만 해도 아편과 알코올을 제외한 마취 수단이 없었고, 전 세계적으로 아편은 의약품 취급을 받았다.

아편이 위험한 마약이라는 인식은 19세기 중순에 있었던 아편 전쟁 이후에 퍼졌고.

아직 의약품으로 여겨질 시기지만, 위험성을 모르는 상황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일단은 직감이라고 해두지.”

이걸 설명하려면 셰힌샤가 원 역사에 죽은 원인으로 꼽히는 게 아편 중독이라는 걸 말해야 했으니까.

언젠가 오스만을 정복하려는 이스마일이면 약쟁이를 술탄 자리에 올려놓고 싶을 테고.

“그런 그렇게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까요. 거기다가 타국에서 계승에 관여한다고 해서 이상한 것도 없지요.”

계승이 일어날 때마다 타국에서 숟가락 하나씩 얹는 건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증조할아버지인 무라트 2세 때는 동로마에서 죽었다고 알려진 아버지의 형제를 데려와선 대립 술탄으로 내세웠고, 이에 분노한 무라트 2세는 동로마와 동맹을 파기하고 콘스탄티노플을 함락 직전까지 몰고 갔다.

아버지인 바예지드 2세만 해도 동생인 셈 술탄의 신병을 교황청이 차지하면서 많은 고생을 해야 했고.

이런 내정간섭이 절대 좋은 일은 아니지만,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감히 겁도 없이 계승에 개입한 죄는 훗날 물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솜시의 발언에 유수프는 피식 웃었다.

“간단한 복수라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곧 움직일 테니까.”

*

페르시아는 예부터 새해의 시작을 봄이라고 여겼고, 페르시아 양력설이 되면 새롭다는 뜻의 누(now)와 날을 뜻하는 루즈(ruz)가 합쳐진 누루즈(Nowruz)라는 명절을 지냈다.

페르시아에 이슬람이 들어오기 전부터 존재할 정도로 유서가 깊고, 이슬람화에도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명절이었다.

이스마일은 수도인 타브리즈에서 걸어서 십일 정도 걸리는 코이에서 신년을 맞이했다.

-끄아아악!

고문과도 같은 끔찍한 처형을 당하는 쿠르드족의 비명이 저 멀리 들려 왔으나, 이스마일은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듯 즐거운 얼굴로 잔을 들었다.

“사림 그놈을 놓친 게 아쉽구나.”

지난겨울 쿠르드족 강도단을 이끄는 사림이 반란을 일으켰고, 이스마일은 겨울 동안 반란을 진압했다.

운이 좋게 사림은 도주했지만, 그를 따르던 부하들은 사로잡혔고, 제발 죽여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잔혹하게 처형당하고 있었다.

비명도 작게 들릴 정도로 연회장과 먼 거리였으나, 피비린내가 느껴질 정도였다.

“샤께 반한 죄인이니, 언젠가 잡힐 놈입니다.”

키질바시를 이루는 주요 부족 중 하나인 우스타즐루(Ustajlu)를 이끄는 모하마드 칸 우스타즐루의 말에 이스마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정복 전쟁에서 큰 역할을 한 모하마드는 군의 사령관이었다.

문득 이전에 군을 맡겼던 네바자르가 떠오른 이스마일은 거칠게 술잔을 내려놨고, 이미 몇 차례 같은 상황을 경험한 모하마드가 조심히 물었다.

“또 그 버러지 같은 것을 떠올리셨습니까?”

“그래, 아직도 화가 나는구나.”

“화를 푸시지요. 이곳에 모인 이들 중에 그자보다 부족한 자는 없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승리를 가져오겠습니다.”

모하마드의 말에 화답하는 말이 쏟아졌고, 이스마일은 강하게 질타했다.

“유수프, 그놈을 무시하지 마라!”

첩자를 통해 네바자르의 최후를 알게 된 이스마일은 유수프를 높게 평가했다.

아마 자신이 그 자리에 있다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짓눌린 건 아니다.

‘반드시 그놈을 죽이고 나에게 알라의 뜻이 있다는 걸 증명해내겠다.’

이스마일이 다짐했을 때, 부하 하나가 조심히 그에게 다가왔다.

“샤이시여, 들으셔야 할 소식이 있습니다.”

“말해보아라.”

“둘카디르의 베이가 무라드 술탄을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무라드 술탄은 백양왕조의 남은 세력 중 하나였고, 이스마일은 그 소식에 환하게 웃으며 술잔에 남은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오스만과 맘루크를 찔러볼 명분이 세워졌다.

이스마일은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모두 축제를 즐겨라! 새로운 전쟁이 시작될 터이니!”

*

1507년 5월 이스마일은 2만의 키질바시를 이끌고 에르진잔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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